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06357.html

이 기사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개소리'의 어원이 뭘까 궁금해서 국어사전에 검색해봤어요.

개소리

  1.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지껄이는 당치않은 말을 욕하여 이르는 말.

  2. 개가 짖는 소리.

  1. 기본의미 동물 포유류 갯과에 속한 동물. 가축으로, 사람을 잘 따르고 영리하며 냄새를 잘 맡고 귀가 밝아 사냥이나 군용으로 쓰인다. 전 세계에 걸쳐 200여 품종이 있다. 학명은 Canis familiaris이다.

  2. 성질이 나쁘고, 행실이 좋지 않은 자를 욕하여 이르는 말.
    (예문) 저 녀석은 술만 먹으면 가 된다.

  3. 권력자나 부정한 사람의 앞잡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문) 왜놈의 노릇을 하는 너 같은 놈은 살려 둘 수가 없다.


국어사전에 공식적으로 '개'를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을 비유하는 데 쓰이는 단어로 정의되어 있다는 게 우리의 뿌리 깊은 종차별적인 정서를 여실히 드러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개의 입장에서는 이게 얼마나 억울하고 황당할까요.. 😡

다른 동물은 또 어떻게 정의되어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요.

돼지

  1. 동물 멧돼짓과의 포유류. 몸무게는 200~250kg이며, 다리와 꼬리가 짧고 주둥이가 삐죽하다. 잡식성으로 온순하며 건강하다. 임신 4개월 만에 8~15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멧돼지를 길들여 가축으로 만든 것인데, 중요한 축산 동물의 하나로 모양과 색깔이 다른 여러 품종이 있다.
    (학명)Sus scrofa domesticus

  2. 몹시 미련하거나 탐욕스러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문) 그 돼지가 내 몫의 돈까지 모두 챙긴 것이 틀림없다.

  3. 몹시 뚱뚱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개와 돼지 말고도 더 찾아보면 생김새나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 같아요.

+ 나리님께서 접두사 '개-'와 동물 '개'의 관련성과 신조어에 쓰이는 '개'에 대해서 언급해주셨는데요.

개-
「접사」
「1」((일부 명사 앞에 붙어))‘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금/개꿀/개떡/개먹/개살구/개철쭉.

「2」((일부 명사 앞에 붙어))‘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꿈/개나발/개수작/개죽음.

「3」((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망나니/개잡놈.

궁금해서 접두사 '개-'의 어원에 대해서 좀 더 찾아보다가 한 논문을 발견했어요.

출처: 박대아 (2019). 신조어 ‘개’의 문법적 지위와 변화에 대하여. 한국학연구, 71, 69-96

이 논문에 따르면, 접두사 '개-'의 어원어는 동물 '개'가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동물 '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접두사 '개-'가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가 최근에 동물 '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신조어에 쓰이는 '개-'가 긍정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단어의 의미 변화에 적극적으로 드러난다는 게 흥미로워요! 😲

그런데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결국은 개를 대상화해서 쓰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변한 건 없다고 생각해야 할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성

어제 저는 다른 글에서 책<개소리에 대하여>가 이야기되는 걸 보았는데요. 그땐 아무 문제의식 없이 보았는데 버드 님의 글을 보고서야 종차별 언어란 걸 깨달았네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 책의 원제는 <On bullshit>이고 bullshit 은 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군요.

버드
@씽 그러네요!
어쩌면..
bull(황소)+shit(똥) = 소똥
bullshit이란 표현도 소똥 같은 소리라는 의미에서 소를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게 아닐까요..? 🤔
@버드 이런! 불싯의 정확한 어원은 찾아봐야겠지만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에 소(bull)가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군요;; 외국어도 종차별 언어가 많을 것 같아요;;;
(영어라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심심해서 bullshit 의 어원을 찾아봤는데, 위키백과에는 “bull이란 단어는 고대프랑스어에서 '속임수', '기만'을 뜻하는 "bole"에서 왔다.”이라고 나와있군요. https://ko.wikipedia.org/wiki/Bullshit
( 위키백과 내용의 출처는 여기 https://www.etymonline.com/word/bullshit )
음. bullshit의 bull 이 황소가 아닐 수도 있겠어요. 🧐 그럼에도 접두사 “개-“처럼 bull이 자동적으로 소를 연상시키고, 몇몇 칼럼이나 인터넷 글에선 이미 bullshit의 뜻을 소똥이라고 소개한 것을 보면… 별로 좋은 용어는 아닌 듯 합니다. 뭔가 이런 식으로 어원은 그렇지 않은데 우린 이미 종차별적 언어로 쓰고 있는 말도 많은 것 같아요 😰
버드
@씽 흥미롭네요!! 😮 영어 단어에 내포된 종차별주의에 대해서 좀 더 찾아보고 한글 단어와 비교해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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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버드님 글 정리 너무 좋다요....

개소리를 보니, 저번 워크숍에서도 나왔던 접두사 개-가 생각이나서 덧붙여봐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개가 접두사로 붙을 때, 부정적인 뜻을 가지게 되는데 이때 개- 가 동물 개와 관련이 되어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가 어렵더라구요.
개-
「접사」
「1」((일부 명사 앞에 붙어))‘야생 상태의’ 또는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금/개꿀/개떡/개먹/개살구/개철쭉.

「2」((일부 명사 앞에 붙어))‘헛된’,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꿈/개나발/개수작/개죽음.

「3」((부정적 뜻을 가지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정도가 심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 개망나니/개잡놈.

그런데, 신조어 중 '개좋다', '개쩐다' 이런식으로 개-가 들어갈 때에는, 또 좋은 것 중 가장 좋다는 최상급의 표현으로 활용이 되고 있더라구요. 요즘에 자막으로 개좋다를 표현할 때도 멍멍 개 그림을 넣는 경우도 있고 해서, 개좋다의 개-는 동물 개인것 같고요...

왜 하필 개였을까... 에 대한 논문도 찾아봤는데 딱히 찾지는 못했고요. 워크숍 중 나온 의견은, 결국 개를 높이는 것도 대상화의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거였거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버드
@동물해방물결_윤나리
오! 덧붙여 주셔서 감사해요. ☺️
국립국어원에 찾아보니, 이렇게 나오네요. 접두사 ‘개-’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서 1)야생 혹은 품질이 떨어지거나, 2)쓸데없거나, 3)정도가 심한 것을 나타내는 데에 쓰입니다. 이 말의 어원이 확실히 밝히기 위해서는 더욱 연구가 필요합니다만, ‘거짓’의 原語인 ‘갖’이 ‘前舌音의 前母音化’로 ‘개’로 변하였다는 논의가 있어 소개하여 드립니다(참고: 이탁(1967), ‘국어 어원풀이의 일단’, “한글” 140).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9174 정확한 어원은 알기 어려운 것 같지만
접두사 '개-'가 동물 '개'에서 비롯된 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접두사 '개-'를 사용할 때, 동물 '개'가 연상될 수밖에 없어서..😕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버드
@동물해방물결_윤나리
좀 더 찾아보니, 최근 한 논문에는 접두사 '개-'의 어원을 동물 '개'로 보네요. 무엇이 정확한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개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확실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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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

안 그래도 이 책이 화제더라고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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