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동시(이야기와 동물과 시)에서 『절멸』이 발간되었는데요.
이 책에는 2020년에 이동시가 진행했던 <동물들의 시국 선언>과 <절멸 선언문>이 포함되어 있어요.
절멸의 위기에 놓인 동물이 열 가지의 유언을 <절멸 선언문>에 남기는 형식인데요.
유언 중의 하나가 ’종평등한’ 언어생활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지점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열 번째 유언에 앞으로 동물한테 ‘경어체’를 써라는 내용이 있어요.
왜 경어체를 쓰라는 것인지, 이것이 종평등한 언어생활과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의아하실 수도 있어요.
<선언문 해설>을 살펴보면, 동물권에 대한 보편적 존중을 이야기해요.
인용하자면,
"상하 관계를 나타내는 위계가 아닌, 관계의 거리에 따른 경어입니다.
일부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어색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경어를 쓰라는 데 방점이 있다기보다, 동물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낮춤말을 쓰는 자세에 스민 인간 우월주의의 거만함에 대한 지적, 그리고 동물권을 일상생활 속의 보편적 인식으로 받아들이길 요구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즉, 동물을 낮추어 부르는 것, 동물에게 낮춤말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언어습관에 내포된 인간 우월주의를 비판하고 경계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과연 동물한테 낮춤말을 쓰는 것이 종차별적인 행태일까요?
반대로 동물한테 경어를 쓰는 것이 종평등한 것일까요??
경어(敬語)는 무엇일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경어(敬語)
정의 |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나 이야기를 듣는 상대에게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언어표현.경어법.
내용 | 경어법은 국어의 한 특질이기도 하다. 경어법은 문법적인 사실로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경어가 체언일 경우에 대체로 한자어가 채택되고, 파생접미사 ‘-님’의 통합으로 이루어지는 점에서 어휘론적인 사실이기도 하며, 듣는 사람에 대한 깍듯한 경의표시를 위하여는 경어법의 사용과 어휘의 선택 및 배열에 각별한 배려가 주어지는 점에서는 문체론적인 사실이라 할 수도 있다.
경어법의 사용은 말하는 사람의 경의표시에 의한 것이나, 경의표시를 결정하는 요인에 대하여는 아직 정설이 없다. 그러나 경의표시는 말하는 사람보다 상위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상위자를 매기는 척도는 연령, 친족관계,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이라 할 수 있다. 연령은 많을수록, 친족관계는 세대가 높을수록 상위자로 다루어지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은 성취된 지위이므로 경우에 따라 다르다.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말의 중요한 특질인 경어체에 종차별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경어체를 쓰지 않는 외국어와 구별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
오 절멸 벌써 읽어보셨군요ㅎㅎ 맞아요! 인간이 인간을 서로 부를 때에는 누가 경어체를 쓰는가에 따라 위계가 형성되잖아요. 목적을 짚어주신 부분이 완전 공감됩니다. 인간이 동물을 당연하게 낮춰부르는 기저에 깔린 '인간 우월주의'를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ㅇㅇ
'마리' 도 그렇고, 경어도 그렇고 우리말이 참 섬세하고 복잡한 것 같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