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해방을 가로막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축산업, 동물실험 연구소, 펫샵, 자본주의, 종차별주의 등등, 많은 장애물들이 떠오르는데요. 그 중에 ‘언어’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언어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를 담는 중요한 수단이죠. 이미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언어 표현을 바꾸는 운동은 여성·장애인·노인·청소년·이주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종차별적인 언어도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동물권적인 입장에서 기괴해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물고기’인데요. 아시다시피 ‘물고기’의 어원에서 ‘고기’는 ‘肉:고기 육’에 해당합니다. 살아있고, 느끼는 존재를 ‘식용하는 동물의 살’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을 붙일 수는 없습니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에서 사는 존재라는 뜻의 ‘물살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젖소’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젖소의 의미는 ‘젖을 짜기 위하여 기르는 소’인데요. 소의 젖을 수탈할 목적으로 품종 개량을 하고, 학대하는 행위는 물론, 착취의 목적이 담긴 이름을 붙이는 것 또한 종차별입니다. 우리가 더는 소의 젖을 뺏지 않음으로써 젖소라는 말도 사라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젖소를 지칭해야 할 때는 종의 이름인 홀스타인, 저지, 에어셔 등으로 부르거나, 인간동물 각자 고유의 이름이 있는 것처럼 그들도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물고기 대신 물살이, 젖소 대신 홀스타인 같은 고유의 종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사진 : 셔터스톡)



‘마리’ 말고, ‘명’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단위가 있습니다. 우리는 말을 배울 때부터 동물을 셀 때에는 ‘마리’, 인간을 셀 때는 ‘명’을 쓰도록 배우죠.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마리란,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이고 명은 ‘사람을 세는 단위’로 풀이됩니다. 다른 언어,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인간이든 비인간 동물이든 세는 단위가 따로 없어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구분하지 않는데요. 우리말은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동물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동물해방물결은 앞으로 동물을 셀 때 모두 ‘명’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한 명, 두 명 할때의 명은 한자로 ‘名: 이름 명’을 씁니다. 하지만 이름 명 대신 ‘命: 목숨 명’이라고 한다면 ‘느끼는 존재’인 모두를 포괄할 수 있죠. 우리에게는 이런 단위, 뜻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인간에게 쓰지 않는다면,
모두에게 쓰지 말아요

단위 말고도 동물에게만 쓰고, 인간에게는 잘 쓰지 않는 말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암컷과 수컷, 어미, 폐사 등이 있는데요. 이런 말들을 인간에게 쓴다면 비하의 뉘앙스를 풍깁니다. 인간에게 쓰지 않는 말이라면, 비인간 동물에게도 적합하지 않습니다. 암컷과 수컷 대신 여성과 남성, 어미 대신 어머니나 엄마, 폐사 대신 사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겠지요.

<사진 속 미어캣은 모두 몇 명일까요?> (사진 : 셔터스톡)


우리부터 써야 합니다

처음엔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는 사용하는 인간들의 무의식, 더 나아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의 언어를 바꾸는 운동은 종차별주의 철폐, 동물 해방을 앞당기기 위해서 꼭 시작해야 하는 일이죠.

우리는 이미 언어가 시대를 반영하며 계속해서 변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종차별적인 말을 버리고, 의식적으로 새로운 언어를 더 자주 쓸수록 빠르고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겠죠. 동물해방물결은 종차별적 언어 개선 운동에 더 많은 분이 함께 하길 열망하고 있습니다. 종차별적인 언어를 바꾸는 일에 함께해주세요!



※이 글은 윤나리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가 쓴 글입니다. 원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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